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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지난 10년, 집단적 여성의 봉기라고 하는 차원으로 페미니즘이 부상됐던 것은 굉장히 사실 대단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권김현영 제공 “나에게 페미니스트란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사람, 알고자 하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페미니스트는 올바름의 이름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권김현영)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지난 10년간 가장 신속하고 강력하게 페미니즘 의제에 개입해온 저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연구자다.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담보대출갈아타기 ’(2019),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2020), ‘여자들의 사회’(2021)를 단독저서로 내고 ‘양성평등에 반대한다’(2016)를 포함해 4권의 페미니즘 책인 ‘도란스 기획 총서’에 참여했다. 그에게 지난 10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란스 기획 총서’를 지난 10년 ‘페미니즘 대중화’에서 중요한 책이라고 꼽는 이들이 동양생명 많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로 시작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아니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니 무슨 소리냐’라며 깜짝 놀랐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때 저자들이 ‘양성평등은 이분법적’이라는 얘기부터 시작했다. 여성계에서도 살짝 흐린 눈으로 ‘양성평등이 성평등이야’ 같은 말을 했던 시기였다. ‘양성평등 기본법’이 통과될 때도 ‘성평등 기본법’으로 부산광역시지방자치단체 가려고 했다가 국회 등에서 굉장히 강력한 반대 세력이 있어서 정치적으로 진 결과였는데, 그런 부분을 그냥 정신 승리로 넘어가거나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흐름이 있었다. 성차별이라는 표현이 훨씬 일목요연하고 간명한데 굳이 ‘양’자를 붙인 자체가 오히려 정치적이었다. 그래서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는 논쟁적인 대목을 정희진 선생님이 제안을 하고 여 학원강사 월급 성의 권리가 남성과의 관계에서 동등성을 추구하는 게 모든 목적의 전부인 것처럼 얘기되는 경향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총서를 준비했다.” ―페미니즘 리부트의 시작과 함께 출발한 시리즈였다. “우리가 첫 회의를 할 때 ‘김군 사건’이 터졌다. 그때가 어떤 임계를 넘어가는 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 페미니즘이라 근로자서민대출 는 것에 대한 굉장한 오해가 있다고 감각했다. 학술장과 대중 사이의 간극이 커졌고, 운동 내부에서도 차이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임에도 공론장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 구체적인 상황에 기반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언어가 필요하다, 좀 더 현실 정치 개입적인 페미니즘 언어를 만들고 제출해야겠다는 생각에 한채윤, 루인, 정희진, 나 이렇게 넷이 도란스 팀을 만들고 시작했다.” ―한국여성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용어의 재의미화를 한다고 들었다.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말이 이 시기를 지칭하는 말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당시 사회 현상을 잘 포착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말은 ‘포스트 포스트 페미니즘’적인 언명이라고 생각한다. ‘포스트 페미니즘’, 그러니까 ‘안티 페미니즘’에 대한 ‘반응’(이 부분을 강조했다―편집자주)으로서 ‘포스트 포스트 페미니즘', 그러니까 다시 페미니즘이 된 거다. 그래서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명명은 그 전 페미니즘을 부정하거나 종결됐다고 믿는 것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그 전의 페미니즘 흐름을 지워버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상적 포착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포퓰리즘의 명암이라는 차원, 그리고 페미니즘 시간성이라는 차원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페미니즘 대중화’로 쓰는 게 맞다고 본다. ” ―지난 10년에 대해 평가한다면. “일단은 페미니즘이 다시 재부상했다는 말은 이미 죽었던 적이 있었다는 얘기다. 죽은 적이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침이 왜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좀 있어야 한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대 이후 한국의 페미니즘은 아주 급격한 제도화의 길을 걷는다. 그 급격한 제도화가 사실 어떻게 보면 체제 내에서 페미니즘이 일정 정도의 통치의 작동 원리를 사용해 보겠다는 것에 대한 기획이었고, 그게 성 주류화 기획이었다. 그런데 그 기획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어떻게 보면 페미니즘이 사그라들게 된다.” ―역설적인 얘기다. “사회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 혹은 학술장에서의 페미니즘이 정책적인 쓸모 중심으로 소략해졌다. ‘힘은 세졌지만 꺼졌다’라는 감각이 함께 있었던 시기였다. 그 제도화가 신자유주의라는 조건과 만났기 때문에, 곧 제도화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통치 원리로서의 신자유주의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단계에서 진행되었다. ‘피해자 권리’도 법 제도적으로 마련되는 변화들이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다 법정으로 가서 개인 문제가 돼버린 것이다. 여성들이 각자 전투장에서 개인적인 승리를 거두건 아니면 실패를 하건 모든 결과가 개인에게 돌려지는 조건이 되었기 때문에 집단적인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은 사실상 굉장히 힘을 잃게 되었다. 사실 모든 사회운동이 그런 식으로 신자유주의 조건에서 모두 다 패퇴하는 상황이었지만 지난 10년, 집단적 여성의 봉기라고 하는 차원으로 페미니즘이 부상됐던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페미니즘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이) 결합했다고 얘기하지만, 신자유주의를 깰 수 있는 가능성의 동맹, 새로운 잠재적 연합이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는 거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게 신자유주의다. 하나로 볼 수 없고 바로 거기서부터 가능성과 한계가 같이 등장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난 10년은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모든 사람들의 집단적 저항 운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조건에서 페미니즘만 그 운동력을 유지하고 등장하게 된 거나 다를 바 없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2008년 ‘촛불’부터 2025년 ‘응원봉’까지 이어지게 되는 한국의 광장 정치에서 젊은 여성 집단이 다른 어떤 세대들보다도 집단적 저항을 같이 해본 경험들을 많이 쌓아 올린 게 한국 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민주주의 자산이 될 거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들이 어떤 세대보다 책을 많이 읽고 쓰는 이들이다. 또한 다른 소수자, 약자 집단과도 연합하거나 다른 운동을 견인한 것도 있는 것 같다. “집회 참여부터 기획까지 반복하면서 시간에 따라 점점 더 축적되고 자신감에 생겼다. 2008년도에 촛불 시위에 나왔던 ‘촛불 소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대학의 평등 수칙을 만든다. 지금 노동운동을 하는 분에게 들었는데, 그가 군대 다녀와서 복학생이던 때 다 망해가는 학생회를 어쩔 수 없이 지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젊은 여성들이 학생회에 막 몰려왔다고 했다. 그때 너무 놀랐다는 거다. 얘네들이 운동을 살리겠구나 싶어서 버텼는데, 그들을 2024년 광장에서 다시 만났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광장의 주체였던 여성들이 모든 사회 곳곳에서 희망으로 남아서 조직을 바꿔나간 부분이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 더 소수자, 장애인, 환경에 대해, 입바른 소리를 하고 있는 어떤 기성세대보다 더 깨어있다.” ―그럼에도 한편 개인 영달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이라고 하려면 페미니즘으로 굉장히 인기를 끌고 대단한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렇게 된 사람이 없다. 결국은 비욘세부터 시작해서 상품화된 페미니즘에 대한 우려는 굉장히 세계적인 이슈였지만 사실 나는 과잉 대표됐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화된 페미니스트 스피커가 가지는 영향력이 실제 지속되지 않았다. 돈 많이 벌고 성공해서 어려움에 처해있는 자국의 불쌍한 여자만을 골라서 도와주겠다는 것이 무슨 페미니즘인가? 그런 건 자선가를 지망하는 여성협회이지 페미니즘이 아니다. 워마드는 스스로 자신들은 페미니즘이 아니라고도 했다. 나는 이들이 ‘신자유주의 주체화’된 여성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욕망을 얘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것을 페미니즘과 비슷한 말이라고 주장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는 여성들도 자기계발이나 경쟁에 몰두한다. “물론 신자유주의의 영향권에서 능력주의를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난민이나 트랜스젠더 이슈 등에 대해서는 매우 폐쇄적이거나 여성들 간의 차이에 대해서도 매우 공격적인 성향도 있다. 단지 의견 차이의 차원이라기보다는 이 엄청난 민주적인 에너지가 다시 공포와 혐오를 정치적 감정으로 삼는 데로 돌아갈 수도 있는 부분이라 앞으로 더 많은 고민과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두려움과 안전의 이슈에 대한 목소리들이 많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2018년 여성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들었다. 타인과 불안과 분노를 공유할 공간이 열리고 해결하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같이 말하는 것, 같이 모여서 문제를 제기하는 경험이 있었다. 사실 모든 극우정치는 가상의 두려움을 만들면서 암약한다. 그게 아니라 굉장히 구체적인 현실에서 문제를 같이 제기할 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은 그 문제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하고 같이 움직이는 시간이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2011년 일베가 만들어지고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모욕하던 이들이 여성혐오 세력이 되고 온갖 패륜과 주변 여성들을 모두 성적 대상으로 전시하고 품평하는 시점에 그것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참지 못하겠다고 대응을 시작한 것이니 너무 당연한 흐름이기도 했다.” ―여성혐오는 점점 심해졌다. “일베화된 집단적 여성혐오가 아무런 저지가 되지 않았다. 이명박 시절 국가정보원 직원이 인터넷에 여성혐오, 호남 혐오를 했는데, 댓글 공작이라며 문제가 되지 국가가 나서서 지역 차별과 여성혐오를 조장했다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 공동소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시피 좌절을 했는데 젊은 여성들이 나서서 ‘내 몸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시위를 시작했다. 이 구호는 21세기 페미니스트 구호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집단적 경험에는 읽고 쓰기와 공부가 들어있었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것 외에는 아무 무기가 없는 거다. 프랑스 혁명기 올랭프 드 구주 같은 경우도 혁명 당시 여자들이 그렇게나 헌신했는데 아무것도 돌아온 것이 없고, 여성단체나 금지하고 있는 자코뱅당에 분노해 선언문을 쓰지 않았나. 여자들 입에 재갈을 물리고 다시 남자들과 함께하는 안온한 삶으로 돌아가라고 얘기해 봤자 사실 자신의 지식을 갖고 세상을 판단하기 시작한 여자들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점점 더 공부하고 적어도 내가 해방될 수 있으려면 익숙하던 문법에서 내가 왜 그동안 이상하게 느꼈는지에 대한 언어를 찾아야 한다. 그 언어가 다 페미니즘에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많은 공부를 했고, 오래된 고전도 다시 찾아 읽으면서 재발간되는 효과까지 있었다.” ―요즘은 어떤 작가에게 주목하고 있나? “하미나 작가다. 하미나씨가 쓴 칼럼을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읽히면 반응이 좋다. 지금 20~30대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숨이 막혀 왔는지 알려주었고, 이제는 숨을 트이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 같다. 글이 좋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본인의 차기작을 잠시 소개해달라. “‘성적 대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책이다. 성적 대상화라는 말이 너무 얄팍하게 사용되는 게 있어서 정리하는 간단한 책을 쓰려고 한다. 또 하나는 1 공화국 시기의 여성들 이야기다. 근대 여성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