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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4대강 문제를 이념이나 정치로 접근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 대신 보 유지 비용과 철거 비용을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유럽에선 보통 그렇게 판단한다. 일단 결론이 나면 정치인들이 책임지고 욕을 먹겠다는 자세로 집행해야 한다.” 4대강을 재자연화 할 때 가장 큰 반대자 중에는 농민이 있다. 과거 자연 하천 옆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4대강 보가 생기고 지하수가 올라오자 ‘수막 농법’이라는 것을 도입했다. 4대강을 재자연화하면 수위가 낮아져 아마도 수막 농법을 계속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임 박사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서 친수 공간을 개발한다고 할 때 걱정이 많이 들었다. 어떤 사적인 이권이 생기면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득하고 보상하면서 푸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기득권이 생기기 때문에 하루빨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 재자연화된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에서 2013년 시민들이 물놀이하는 모습. 임혜지 박사 제공 임 박사가 4대강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 때문이다. 2006년 서울시장을 그만둔 이명박씨가 한반도 대운하의 모델이라며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독일에 그런 운하가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그 뒤로 독일의 운하를 살펴보고 한반도 대운하나 4대강 사업이 모두 엉터리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1992년 완공된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적자 덩어리였고, 이 운하 건설 도중인 1980~1982년 독일의 교통부 장관을 지낸 폴커 하우프는 “바벨탑 이후로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사업”이라고 혹평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2008~2013년 사이 임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와 한겨레 등에 모두 100여편의 글을 열정적으로 썼다. ‘번역 연대’를 조직해 독일의 각종 자료와 논문을 번역해 한국의 동지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아무런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는 자원 활동이었다. 왜 이런 일을 했을까? “모욕감이 들었다. 사람들을 뭐로 보고 이런 거짓말을 대놓고 할까,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을 알면서도 그냥 있을 수 없었다. 책임을 묻고 싶었다.” 다른 이유는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1974년부터 독일에 살았지만, 계속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그에게 책임감을 부과했다. 재자연화된 독일 뮌헨 이자르강의 2025년 모습. 정지민 제공 독일 뮌헨 이자르강의 자연 하천 복원 사례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세기 전후 인공 하천으로 바뀌었던 이자르강 8㎞를 21세기 초, 자연 하천으로 복원한 일이었다. 어떻게 복원한 것일까? “독일은 19세기 말까지 실핏줄처럼 복잡했던 이자르강을 정비해서 직강화했다. 그런데 한 20년이 지나자 강바닥이 파여 강 수위와 주변 지하수위가 모두 낮아졌다. 강 주변 땅을 확보했지만, 가뭄이 들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그래서 1980년대부터 그 해법으로 재자연화가 논의됐다. 2000~2010년 사이 재자연화했다.” 독일 이자르강을 대표하는 사진이 있다. 시민들이 강물에서 수영하거나 강가에 누워서 쉬는 모습이다. 사실 서울의 한강에서도 1970년대까지 흔히 보던 풍경이었다. “이자르강 복원의 목표 중 하나가 시민들이 물놀이할 수 있는 강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강물의 수질을 야외 수영장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정수와 살균 시설을 갖췄고 주변 농지를 유기농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했다. 현재는 ‘세계 최대의 야외 수영장’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자르강과 한국 강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자르강은 작은 자갈로 이뤄져 있고, 한국의 강은 대부분 모래로 이뤄져 있다. 임 박사는 한국의 강에 대해 “한국 강이 모래 강이라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정화 기능이 뛰어나 수질이 아주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독일에서 어떤 노력을 해도,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4대강 사업 이전의 한국 강과 같은 아름답고 건강한 강을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강을 스스로 3년 만에 망가뜨렸다”고 안타까워했다. 1950~1960년대 서울 한강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서울시 제공 임 박사는 최근 개봉한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의 영화 ‘추적’의 출연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한국에 와서 지난 9일 국회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봤다. “아주 좋았다. 4대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잘 보여줬고, 최 피디가 거짓과 계속 싸우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나도 함께 싸웠기 때문에 덜 부끄러웠다.” 그는 4대강 사업을 두고 이명박 정부와 싸우던 시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에 감사했다. 자신의 블로그 글을 지면과 온라인에 실어준 ‘한겨레’에도 특별히 고맙다고 말했다. 임 박사에게 강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나는 어린 시절에 서울 한강의 광나루에서 수영한 세대다. 한국의 강은 독일 이자르강이 와서 울고 갈 정도로 좋은 강이다. 그런 강을 순식간에 파괴한 것이 가슴 아프다. 빨리 보를 열고 철거해서 우리 강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20일부터 남편과 함께 낙동강이 흐르는 경남 창녕의 우포늪 부근에서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11월 중순쯤 딸이 사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다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차와 배를 이용할 계획이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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